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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s

타인의 해석 - 요점

by 노엄Jr. 2020. 4. 28.

후기

 

인간의 본질적인 실수인 타인의 대한 잘못된 해석, 즉 오해가 어떻게 생기는지 대해 3가지의 큰 이유로 설명하는 책. 상당히 설득력는 통찰에 찬사를 보낸다.

 

- "Strangers are not easy" -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낯선 타인들을 이해하는 것, 보다 정확히는, 그 타인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우리가 자신하는 경험이나 직관은 때로는 타인에 대한 엉뚱한 결론을 내린다.

 

- "Default to truth" - 사람들은 상대방이 하는 말이 진실일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생각이 깨질만한 충분한 증거들이 많이 쌓이기 전까지는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 그 사람의 말이 거짓일 거라고 끝까지 의심을 하며 대화를 계속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 "Assumption of Transparency" - 사람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행동이나 태도(demeanor)가 그 사람의 진실을 그대로 투명하게 전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방식으로 그러한 행동을 해석한다. 어떤 사람의 진심과 겉으로 보여지고 해석되는 시그널이 다른 경우인 "mismatch"의 경우 치명적인 실수가 생기게 된다.

 

 


말콤 글래드웰의 귀환을 반기며

 

(p10) 현대 심리학이 밝혀낸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 가장 쉽게 속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모르면서 안다고 거짓말하는 사람, 즉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의 기억은 의도와 소망에 부합되게 각색되며 그 결과 무수히 많은 것들을 놓치기 때문이다."

(p10)

"인간은 현재의 느낌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그토록 긴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예측을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게 끝내려 한다." 

인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p11)

"타고난 기질, 능력, 성품 그 무엇보다도 한 인간의 판단과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황이다."

<스마트 싱킹>과 <스마트 체인지>의 저자, 아트 마크먼 (인지심리학자) 

 

(p12) 이쪽*은 저쪽*의 실천적 지침이 부족하다고, 저쪽은 이쪽의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이쪽: 보수주의자 / 저쪽: 자유주의자(미국의 진보)


한국의 독자들에게

 

(p14) 세상에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들은 대부분 과감하게 다른 사람과 말을 터보면서 시작됩니다. 그 첫걸음은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00.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p28) 한쪽(보수)은 숲만 보고 나무는 보지 않았다. 다른 한쪽(자유)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다.

(p28) 편견과 무능은 미국 사회의 기능 장애를 설명하는 데 꽤 쓸모가 있다. 하지만 어느 쪽 진단이든 간에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진심으로 맹세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쁜 경찰은 있게 마련이다. 편견으로 똘똘 뭉친 경찰도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전자의 해석을 선호하고, 자유주의자들은 후자의 해석을 선호한다. 결국 양쪽은 서로 상쇄했다.

 


01. 이중간첩의 활약

 


02. 총통과의 회담

 

(p52) 1930년대 말의 절망적인 시간과 관련해서 이상한 점 하나는 히틀러가 세계를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와중에도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이 독일 지도자를 아는 이가 극히 드물었다는 사실이다. 히틀러는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다.

(p55)

"어제 오후에 히틀러 씨와 장시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우리 각자가 서로의 심중에 있는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제 만족감을 느낍니다."

네빌 체임벌린


(p55) 체임벌린이 히틀러와 벌인 협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 측이 저지른 커다란 실수 중 하나로 널리 손꼽힌다.

(p55) 역사는 네빌 체임벌린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p56) 체임벌린은 그 시기에 히틀러와 의미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같이 보낸 유일한 연합군 지도자였다.

(p56) 체임벌린은 우리 모두 낯선 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동일한 가정에 입각해서 행동하고 있었다. 우리는 개인적 상호작용을 통해 모은 정보가 특출 나게 소중하다고 믿는다. (중략) 회사은 직원을 보지 않고서는 채용하지 않는다. 

(p57) 하지만 체임벌린이 히틀러와의 개인적 상호작용을 통해 모은 그 모든 추가적인 정보는 히틀러를 좀 더 확실하게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p74) 프로닌의 비대칭적 통찰의 착각(Illusion of asymmetric insight)

남이 나를 아는 것보다 내가 남을 더 잘 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없는 그에 관한 통찰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는 확신이 있으면, 귀를 기울여야 할 때 이야기를 하고, 또 남들이 자신이 오해를 받거나 부당한 평가를 받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표명할 때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보다 인내심을 갖지 못하기 쉽다.

(p75)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세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03. 펜타곤을 주무른 여왕

 

(p92) 사실 가장 위험한 스파이가 악마적인 경우는 드물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타격을 입힌 반역자로 손꼽히는 올드리치 에임스는 업무 평가 점수가 높지도 않았고 음주 문제에다 스파이 활동으로 소현에서 받은 자금을 제대로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p95) 스파이 문제는 이렇다. 어떤 탁월한 자질이 스파이들에게 있지는 않다. 잘못된 뭔가가 우리에게 있다.

 

(p101) 

"그의 커다란 통찰은 우선 54퍼센트의 속임수 정확도 파악 수치가 진실과 거짓 전체에서 평균이 된다는 거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진실을 맞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거짓말을 맞히는지를 구분해보면, 아주 다른 깨달음에 다다르게 됩니다."

심리학자 팀 러바인

 

(p101)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 우연보다는 훨씬 유능하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는 우연보다 훨씬 무능하다. 

 

(p101)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다. 우리의 가정은, 우리가 상대하는 살마들이 정직하다는 것이다.

 

(p102) 진실 기본값 진실 기본값 모드에서 벗어나려면 러바인이 말하는 '계기(trigger)'가 필요하다. 약간 미심쩍은 정도나 의혹은 계기가 될 수 없다. 처음 품은 가정에 어긋나는 증거가 결정적인 것으로 밝혀질 때만 비로소 진실 기본값 모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중략) 어떤 것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천천히 증거를 모은 뒤에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우리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일단 믿고 본다. 그리고 의심과 걱정이 점점 커져서 해명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믿는 것을 멈춘다.

 

(p106) 지원자의 40퍼센트 이상이 뭔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실험이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중략)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해 아무런 의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믿음은 의심의 부재가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한 의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04. 천재 사기꾼을 무너뜨린 바보 성자

 

(p130) 러시아 민담에는 유로지비(yurodivy), 즉 '바보 성자'라고 불리는 원형적 인물이 존재한다. 바보 성자는 사회 부적응자(괴짜에다가 남에게 불쾌감을 주고 때로는 광인인 경우도 있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사실 잘못된 표현이다. 바보 성자는 쫓겨난 사람이기 때문에 진실을 말할 수 있다. 기존의 사회적 위계질서의 일원이 아닌 이들은 불편한 진실을 거리낌 없이 내뱉거나 우리 일반인이 당연시하는 것들에 의문을 던진다. 러시아의 한 우화에서 바보 성자는 성모 마리아의 유명한 성화를 보면서 악마의 작품이라고 단언한다. 괘씸한 이단적 주장이다. 하지만 이내 누군가 그림에 돌멩이를 던지자 겉면이 갈라지면서 사탄의 얼굴이 드러난다. 

 

(p131) 현대인의 삶에서 바보 성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내부 고발자다. 그들은 사기와 기만을 폭로하기 위해, 조직에 대한 충성, 그리고 많은 경우에 동료들의 지지를 기꺼이 포기한다. 

 

(p132) 통계에 따르면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은 희귀하다. 하지만 바보 성자가 보기에는 사방에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이 우글거린다.

 

(p132)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꼼꼼히 살펴보느라 시간을 들이는 것은 아무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이점은 낯선 이가 진실하다고 가정하는 데 있다.

 

(p133) 진실 기본값과 거짓말의 위험 사이의 상충 관계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이따금 거짓말에 취약해지는 대가로 우리가 얻는 것은 효율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조정이다. 이득은 대단히 크고 그에 비해 비용은 사소하다. 물론 우리는 가끔 기만을 당한다. 이는 일처리의 비용일 뿐이다.

 

(p133) 만약 월스트리트의 모든 사람이 해리 마코폴로스처럼 행동한다면, 월스트리트에서 사기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의심과 피해망상의 분위기가 너무 짙게 깔려서 월스트리트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마코 폴로스는 검찰총장인 엘리엇 스피처를 믿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메이도프에 관한 자료를 전달하지 못했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지 않으면 의미 있는 사회적 만남을 할 수 없다.

 


05. 학대 혹은 친절

 

(p167) 더 이상 믿지 못할 때까지 언제나 당신을 믿었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았다는 것을 이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p167) "마이어스는 이제까지 나온 주장들을 믿지 않으며, 고발자가 돈을 좀 받으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함."

 

(p168) 마이어스는 매퀴어리의 이야기를 꼼꼼히 읽은 뒤 그는 자신이 바로 그날 밤 샤워장에 있던 소년이었음을 깨달았다.

 

(p177) 모든 코치가 소아성애자라고 가정되면, 어떤 부모도 아이가 집 밖을 나가게 하지 않을 것이며,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아무도 코치를 맡겠다고 자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결정이 아무리 끔찍한 위험을 수반하더라도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가 굴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신뢰가 결국 배신으로 끝나는 드문 경우에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은 것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비난이 아니라 동정을 받아 마땅하다.

 

(p178~179 요약) 그레이엄 스패니어는 대학의 직원들이 뭔가 잘못된 비난을 받는다고 생각될 때, 어느 누구에게든 그의 편이 되어 지지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다. 이 때문에 그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빛나는 경력을 쌓았다. 이 때문에 당신이나 내가 그를 위해 일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그레이엄 스페니어를 우리의 총장으로 원한다. 아무도 믿지 않고 의심하는 해리 마코 폴로스 같은 사람이 아니라.

 

(p179) 우리는 우리의 보호자가 모든 의혹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호자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으면 그를 비난한다.

 


06. <프렌즈>의 연기

 

(p190) 투명성은 우리가 낯선 사람을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결정적인 도구 중 두 번째 것이다. 누군가를 알지 못하거나 그와 소통하지 못하거나 그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시간이 없을 때, 우리는 행동과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07. 유죄의 근거

 

(p228)

"녹스의 눈동자에는 슬픈 기색이 비치지 않았고, 어쩌면 그녀가 관여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걸로 기억합니다." 

메러디스 커처의 친구 한 명이 한 말이다.

아만다 녹스는 여러 해 동안 이런 말을 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얼굴 표정을 근거로 그녀의 실체를 아는 척했다.


08. 통하지 않는 신호

 

(p249) 세계에서 가난한 저발전 지역에 사는 이 집단은 주말마다 토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90도짜리 술을 마시는 파티를 연다. 캄바족은 이런 무절제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을 게 분명할까? 틀렸다.
"사회 병리 현상이 전혀 없었어요, 전혀요." 드와이트 히스가 말했다. "말다툼도 없고, 싸움도 없고, 성폭력도 없고, 언어폭력도 없죠. 유쾌한 대화 아니면 침묵 아었어요. 음주는 일에 방해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을 부르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알코올 의존증도 전혀 없었습니다."

(p251) 알코올은 탈억제 작용을 한다. 우리 행동을 제어하는 일군의 제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취가 폭력, 자동차 사고, 성폭력 등과 강력하게 연결되는 것도 놀랍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캄바족의 (중략) 알코올을 탈억제제로 보는 우리 인식은 잘못된 것이 된다. 알코올은 다른 무언가 임이 분명하다. 

(p254) 보통 우리의 충동을 억제해주는 갈등은 우리가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 모두는 즉각적이고 당면한 고려사항과 복잡하고 장기적인 고려사항 사이의 갈등을 관리함으로써 성격을 형성한다. 누군가 윤리적이거나 생산적이거나 책임감 있다고 할 때가 그렇다. 좋은 부모는 자신의 직접적인 이기적 욕구(혼자 있고 싶고, 잠자고 싶다)를 장기적인 목표(좋은 아이를 길러야 한다)와 기꺼이 조화하는 사람이다. 알코올이 우리의 행동에 대한 이런 장기적 제약을 벗겨낼 때, 그것은 우리의 참된 자아도 지워버린다.

(p255) 알코올은 억제된 것을 드러내는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를 변형하는 물질이다.

 

(p268-269) 하지만 우리는 여자들이 스스로 무방비 상태가 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여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젊은 여자들은 남자와 술 마시기 대결을 벌일 권리가 페미니즘 문제라는 왜곡된 메시지를 듣고 있다. 진정한 페미니즘의 메시지는 당신이 자기 자신을 책임질 능력을 상실하면, 이를테면 당신의 최선의 이익을 아랑곳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 가능성이 급격하게 커진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비난하려는 말은 아니다. 더 많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p269-270) 알코올은 모든 남자를 괴물로 만드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근시는 갈등이 높은 상황을 해결해준다. 우리 행동을 막는 고차원적인 제약을 제거해주는 것이다. 보통이라면 너무 수줍어서 자기감정을 고백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남자가 얼마간 친밀감을 내뱉을 수 있다. 보통이라면 세상이 자기 농담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재미없는 남자가 코미디언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을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성적으로 저돌적인 10대라면 어떨까? 

(p277-278) 도는 그의 말을 헐뜯었다.

캠퍼스 음주 문화라. 우리가 반대하는 게 그건가요? 당신은 제가 지난 한 해 동안 맞서 싸운 게 그거라고 생각하나요? 캠퍼스 성폭력이나 강간에 관한 인식, 동의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기가 아니고요? 캠퍼스 음주 문화라. 잭다니엘을 타도하자. 스카이 보드카를 타도하자. 사람들한테 음주에 관해 이야기하려거든 알코올 의존자 모임에 가세요. 음주 문제하고 술을 마신 뒤 다른 사람과 강제로 섹스하려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걸 깨달았나요? 그러면 남자들한테 술을 적게 마시는 법이 아니라 여자를 존중하는 법을 보여주세요.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마지막 구절은 "남자들한테 여자를 존중하는 법 술을 적게 마시는 법을 보여주세요"가 되어야 한다. 둘은 서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브록 터너는 그날 밤 아주 중요한 일, 즉 낯선 사람의 욕망과 동기를 파악하는 일을 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것은 최상의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에게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그런 만남에서 의존하는 투명성의 가정에 커다란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09. 테러리스트의 자백

 

(p301) 그들은 조직적이고 규율이 있고 의욕적인 군인이었고, 모건은 그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의 불확실성임을 깨달았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항상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교범을 알아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은 것처럼, 많은 스트레스는 주로 "정답이 뭔지 모르겠다"는 진정한 내적인 불안감 때문에 생겨난 겁니다.

 

(p311) 우리는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탐색에 실제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온전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올바른 방법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면, 지금까지 내가 묘사한 위기와 논쟁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10. 시인의 죽음

 

(p317-318) 시인의 기대수명은 극작가나 소설가, 논픽션 작가 등에 비해 한참 짧다. 시인은 배우, 음악가, 작곡가, 소설가보다 '정서장애' 비율이 더 높다. 그리고 모든 직종 가운데 시인은 월등하게 자살률이 높다. 일반인에 비해 무려 다섯 배나 높다. 시를 쓰는 일의 어떤 특성이 상처 입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거나 새로운 상처를 내는 것 같다.

 

(p318) "플라스는 죽음을 자신이 다시 한번 극복한 신체적 도전으로 보는 것 같았다. 죽음은 스키 타는 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위험한 슬로프를 질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험이었다."

 

(p322) 따라서 여기서 질문이 제기된다. 일단 영국 제1의 자살 방식(도시가스/일산화탄소)이 생리학적으로 불가능해졌을 때,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눈을 돌렸을까? 아니면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었을 사람들이 이제 아예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그냥 다른 자살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대치(displacement)라고 한다. 대치는 사람들이 자살과 같은 심각한 일을 하려고 할 때 멈추기가 매우 어렵다고 가정한다. 한 선택지를 막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p323-324) 다른 가능성은 자살이 특정한 맥락과 결합된(coupled)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합이란 어떤 행동이 아주 특정한 상황 및 조건과 연결된다는 사고다.

아버지는 나와 형제들이 어렸을 때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어주었는데, 막바지에 가서 시드니 카턴이 찰스 다니의 집에서 죽을 때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적으로 의미가 있는 모든 순간에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슬픈 영화를 보아도 울지 않았다. 자식들이 대학에 다니러 집을 떠나도 울지 않았다. 어쩌면 남몰래 가끔 눈가가 촉촉 해졌겠지만, 어머니 말고는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는 자식들이 소파에 앉아 귀를 기울이고, 역사상 가장 감상적인 소설가로 손꼽히는 작가의 작품이 있어야 했다. 둘 중 한 가지라도 빠지면 아무도 아버지의 눈물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게 결합이다. 만약 자살이 결합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우울한 사람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우울한 사람이 극도로 취약한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특히 치명적이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과 조합을 이뤄 실행하는 행동이다.

 

(p324-235) 도시가스가 처음 영국 가정에 도입될 때 자살 곡선이 올라간다. 그리고 1960년대 말 천연가스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곤두박질친다. 그 10년 동안 도시가스가 서서히 사라짐에 따라 수천 명의 죽음이 예방되었다.

 

(p325-326) "도시가스는 치명적인 수단으로 독특한 이점이 있었다." 범죄학자 로널드 클라크가 말하길,

도시가스는 (영국 가정의 약 80퍼센트에서) 널리 사용되었는데, 전문 지식이나 별다른 준비가 필요하지 않아서 움직임이 적은 사람이 갑자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에게 손쉬운 선택 수단이 되었다. 고통이 없고, 신체가 추하게 일그러지지 않았으며, 집 안이 지저분해지지도 않았다(여자들은 특히 지저분해지는 것을 싫어했다). 목을 매거나, 질식하거나 물에 뛰어드는 식으로 죽으려면 보통 더 많은 계획이 필요하며, 총을 쏘거나, 칼로 베고 쑤시거나, 자동차 사고를 내거나, 높은 데서 뛰어내리거나, 기차나 버스 앞으로 뛰어드는 등 더 폭력적인 방법으로 죽으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p326) "이런 사고 전반은 정신의학자와 사회복지사 사이에서 전혀 인기가 없었습니다." 클라크가 말하길,

그들은 이런 사고가 매우 피상적이라고, 즉 이 사람들은 완전히 냉정을 잃고 의기소침해진 상태라 단지 자살 시도를 더 어렵게 만들어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많은 반발이 일었습니다.

 

(p327) 심리학자 리처드 사이던은 1937년에서 1978년 사이에 다리에서 뛰어내리려고 시도한 515명을 추적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다. 515명 중 불과 25명만이 다른 어떤 방식으로든 자살 시도를 계속한 것이다. 어떤 순간에 금문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바로 그 순간에 그 다리에서만 뛰어내리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금문교를 관리하는 지자체 당군은 결국 언제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을까? 다리가 개통하고 80년도 더 지난 2018년이다.

 

존 베이트슨의 저서 <마지막 도약>의 지적

금문교에... 존 베이트슨의 지적
수백만 달러를 들여 다리를 건너는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물 설치 금문교에서 운전자가 자전거 이용자 사망 사고를 낸 적이 한번도 없음
'공공 안전'을 이유로 양방향 차로를 가르는 중앙분리대를 만드는 데 수백만 달러를 투입  
다리 남쪽 끝에 다리 밑에 있는 예전 군 시설인 포트베이커에 쓰레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약 2.4미터 높이의 사이클론 펜스를 세움  
처음에 다리를 건설하는 동안에는 노동자들의 추락사 방지하려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보호그물을 설치

그물 덕분에 19명이 목숨을 건졌지만 공사가 끝나자 그물은 철거

자살에 대해서는...

80여 년동안 아무 조치 없음

왜 이렇게 됐는지는 다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비정하고 냉혹하기 때문이 절대로 아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이 어떤 장소와 그렇게 밀접하게 결합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게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p327-328) 여러 해에 걸쳐 교량 관리 당국은 자살 방지 구조물 설치를 지지하는지 정기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물었다. (중략) 찬성하는 쪽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한 경험이 있어서 자살의 심리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이들이었다. 나머지(사실상 다수)는 결합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p329) 전국 단위의 어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4이 금문교에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면 다리에서 죽으려고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식으로 자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자살은 결합된다.

 

(p332~333) (요약) 와이스 버드는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알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순찰구역(빈곤, 마약, 가족 붕괴와 같은 문제들이 있는 곳/경제적, 사회적으로 불리한 광범위한 조건)의 모든 거리를 걷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거리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특정한 거리(한 블록)에만 있었다. 어떤 블록에는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데, 교차로 건너편은 멀쩡했다. 그만큼 명확했다. 그리하여 그는 범죄학에 관한 생각을 재고하게 되었다. 

다른 대다수 사람과 마찬가지로, 제 연구도 사람에 관한 거였죠. 그런데 저는, 어쩌면 우리가 장소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333-334) (요약) 범죄학자 래리 셔먼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가 보기에 에이즈는 미국 전역에 걷잡을 수 없이 무작위로 퍼지는 전염병이 아니었다. 미국 에이즈 환자의 절반 이상이 5만 개 인구조사 표준 지역 가운데 50개에 집중되어 있었다. (중략) 셔먼은 수치를 계산하면서 믿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했다. 도시 거리 구역의 3.3퍼센트가 전체 신고의 50% 이상 차지한다는 사실이었다.

 

(p334) 모든 도시에서 범죄는 극소수의 거리 구역에 집중되었다.

 

(p335) 문화적, 지리적, 경제적으로 다른 외국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텔아비브 전체 거리의 5%에서 범죄의 50%가 발생하였다. 와이스 버드는 이런 현상을 범죄 집중 법칙(Law of Crime Concentration)이라고 부른다.

 

(p335) 낯선 사람을 대면할 때 당신은 그 사람을 언제 어디서 대면하는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낯선 사람의 정체에 관한 당신의 해석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p336) 플라스의 주인공은 자살하려는 게 아니었다. 자살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냥 아무 방법이나 되는 게 아니었다. 바로 이것이 결합의 요지다. 행동은 구체적이다. 그녀는 딱 맞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추운 2월의 밤에 실비아 플라스에게 딱 맞는 방법이 공교롭게도 바로 거기, 부엌에 있었다.

 

(p338) 1960년대 초 영국에서 플라스와 같은 연령대 여성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0명이라는 경이적인 수치에 도달했다. 비극적으로 많은 가스 중독 사망자 때문이었다. 영국 여성 자살률로 역대 최고치다. 천연가스로 전환이 완료된 1977년에 이르면 같은 연령대 여성의 자살률은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p342) 경찰이 단속했을 때 성 노동자들은 그냥 한두 거리 옮겨갔을까? 알고 보니 대다수는 장소를 변경하기보다는 다른 시도(그 업종을 아예 떠나든가 행태를 바꾸든가)를 하려고 했다. 그들은 장소에 결합되어 있지 않았다. 장소에 정박해 있었다.

 

(p347) 우리는 젊은 시인 둘이 리츠호텔의 술집에 앉아 각자 첫 번째로 한 자살 시도에 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엿들으면서 이 두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합 이론은 우리에게 정반대의 가르침을 준다.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라. 낯선 사람의 세상을 살펴보라.

 


11. 도시의 범죄

 

(p357) 법학자 데이비드 해리스의 말이다.

그리고 포괄적인 조항들이 있다. 기록된 모든 법규에는 부합하지만 상황상 경찰관이 '경솔하다'거나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행동을 이유로 운전자를 멈춰 세울 수 있는 규정, 또는 불법이 너무도 포괄적인 언어로 규정되어서 사실상 검토하기 어려운 경찰관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위반이 결정되는 규정이 그것이다.

(p358) 그들에게 내려진 지시는 분명했다. 의심스러워 보이는 운전자를 주의하라. 도로교통법에서 어떤 구실이든 끌어내 의심스러운 운전자를 정차시켜라. 그래도 수상쩍으면 차량을 수색하고 발견되는 무기를 모두 압수하라. 경관들은 200일 연속으로 매주 7일, 오후 일곱 시부터 오전 한 시까지 매일 밤 일했다. (중략) 새롭게 집중된 경찰의 활동으로 총기 범죄(총격, 살인, 상해)가 절반으로 줄었다.

(중략) 직통전화? 아무도 전화를 걸지 않는다. 몸에 숨긴 총기 탐지? 아무도 배울 수 없다.

 

(p359) 실제로 순찰차를 추가로 투입했더니 차이가 생겼다. 다만 경찰관들이 재량권을 갖고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누구든지 정차시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차에서 내리게 하고, 무리를 찾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경찰관들이 바쁘게 일해야만 순찰이 효과가 있었다.

 

(p359-360) 경찰관도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자신의 노력이 중요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으며, 자기가 하는 고된 일이 보상받을 것이라고 느끼기를 원한다. 144구역에서 생긴 일은 법집행 직종이 그때까지 추구했던 바로 그것, 즉 정당성을 제공해주었다. -> 보람 쩔었다.

 

(p362) 법집행 기관들이 캔자스시티에서 얻은 교훈은 예방 순찰은 한층 더 적극적으로 할 때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놓친 부분은 적극적인 순찰은 범죄가 집중되는 장소에만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캔자스시티는 결합 실험이었던 것이다.

 

(p363) 결합 개념, 즉 낯선 이의 행동이 장소와 맥락에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개념에는 우리가 포착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존재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우리는 결국 위대한 몇몇 시인을 오해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며, 경찰관들에게 헛수고를 시킨다.

 


12. 당신이 샌드라 블랜드를 만났을 때

 

(p367)

엔시니아: 담배 좀 꺼주겠습니까? 좀 꺼주시죠? (생기가 없고 조용하지만 단정적이다. 좀 꺼주시죠라는 말에 날이 서있다.)

블랜드: 여기는 제 차 안이에요. 왜 제가 담배를 꺼야 하죠?

엔시니아: 그럼 차에서 내리시죠.

 

그는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 얘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좀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저는 담배연기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블랜드가 말하는 어조가 그에게 그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p371) 블랜드는 강력 폭행 혐의로 구금되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유치장에서 비닐봉투로 만든 올가미에 목을 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간략한 조사가 끝난 뒤 엔시니아는 텍사스주 순찰대 일반 지침 05.17.00편 5장을 위반한 이유로 해임되었다.

공공안전부 직원은 국민과 다른 직원들을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 직원은 직무 수행에서 빈틈이 없어야 하고, 행동을 통제해야 하며, 최대한 인내하고 신중해야 한다. 직원은 극단적인 도발을 당하는 경우에도 설전을 벌여서는 안 된다.

 

(p372) 공항 검색 담당자가 총을 발견할 확률은? 가방 17억 개 검색에 몇천 정의 권총, 적중률 0.0001%. 앞으로 50년을 계속 일해도 총을 한 자루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p380)

엔시니아: 공격적인 몸짓하고 태도였습니다. 뭔가 괜찮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투명성을 믿었다. 즉,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가 그들의 감정과 성격을 말해주는 믿을 만한 길잡이라고 믿었다. 

 

(p384) 샌드라 블랜드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 역시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다. 엔시니아의 눈에 그녀는 마치 범죄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범죄자가 아니다. 그냥 화가 났을 뿐이다. 블랜드가 죽은 직후, 그녀가 성인이 된 뒤 경찰과 열 차례나 마주친 경험이 있음이 드러났다. 정차 지시를 다섯 번 받은 것을 포함해 8천 달러에 육박하는 범칙금을 아직 내지 못했다. 그녀는 1년 전에 아이를 잃은 뒤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팔뚝에는 위아래로 무수히 많은 칼자국이 있었다.

 

(p384) 그녀는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갔다.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는 중이다. 인생에서 새로운 장을 시작하기 위해 막 도착했는데, 경찰관이 차를 멈춰 세운다. 심각한 빚을 남긴 시나리오가 다시 펼쳐질 참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경찰차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와서 차선을 바꾸는 데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고. 가뜩이나 아슬아슬한 새 출발에 갑자기 의구심이 드리워진다. 스스로 묵숨을 끊기 전에 유치장에서 보낸 사흘 동안, 샌드라 블랜드는 마음이 괴로워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p385) 렌프로는 왜 그 즉시 블랜드가 체포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는지 묻는다.

엔시니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고 여자를 통제하려고 했으니까요.

그는 이 여자가 무섭다. 그리고 담배를 쥔 완전히 무고한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지 않은 탓에 치르는 대가다. 해리 마코폴로스가 완전무장을 하고 집 안에 몸을 숨긴 채 증권거래위원회가 기습하기를 기다린 것도 이 때문이다.

 

(p387) 블랜드 사후에 엔시니아를 공감 능력 없는 경찰관으로 그리는 게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성격을 규정해버리면 요점을 놓치는 셈이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에 무관심하다. 엔시니아는 블랜드의 감정에 무관심하지 않다. (중략) 그는 블랜드가 감정적으로 불안하다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챈다. 다만 블랜드가 느끼는 감정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해석할 뿐이다. 그는 이제 막 위험한 여자와 무서운 대결에 빠져들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p391) 결국 그토록 많은 무고한 사람이 의심의 파고에 휘말려서 경찰과 지역사회 사이의 신뢰가 사라져 버린다. 퍼거슨 거리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p392) 노스캐롤라이나주 고속도로 순찰대는 이렇게 늘어난 40만 건의 수색으로 얼마나 많은 총기와 마약을 추가로 발견했을가? 17건이다. 썩은 사과 17개를 골라내기 위해 39만 9,983명의 마이크와 샌드라를 소외하고 낙인찍는 게 정말 해볼 만한 일일까?

 

(p393-394) 캔자스시티 총기 실험을 최악의 동네 중에서 최악의 구역에 국한한 중요한 이유는 건초더미를 조금 더 작게 만들고, 또한 범죄에 대항하는 일과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일 사이의 불가피한 상쇄관계를 조금이라도 더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일반적인 지역사회에서는 경찰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문젯거리만 생겨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거리 가운데 범죄가 만연한, 즉 경찰 신고 전화가 1년에 무려 100건 또는 심지어 200건에 달하는 3~4% 지역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결합 이론에 따라 계산이 달라질 것이다. (중략)

그런 침해는 충분히 당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내일 총에 맞고 싶지 않으니까요.

1.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적절하게 대응한 걸까?

라는 질문도 중요하지만 두 번째 질문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2. 그는 적절한 장소에 있었던 걸까?

 

(p396)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샌드라 블랜드를 대한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도로 구간의 위험성을 고의로 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범죄가 장소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일어난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학 이론가들과 교량 공학자들, 경찰청장들은 결합 이론과 분투한다. 순찰 경관들이라고 뭐 다를 게 있을까?

 

(p396) 샌드라 블랜드의 죽음은 사회가 낯선 이에게 말 거는 법을 알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결론

 

(p397) 우선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데 대해 서로에게 벌을 주지 않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중략) 다른 사람에 관해 최선의 가정을 하는 것은 현대사회를 만들어낸 속성이다. 타인을 신뢰하는 우리의 본성이 모독을 당하는 사태는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대안, 즉 약탈과 기만에 맞서는 방어 수단으로 신뢰를 포기하는 것은 더 나쁘다.

 

(p397-398) 또한 우리는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략) 우리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심중을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는 완벽한 기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제와 겸손이다.

 

(p398) 우리는 순간적인 충동이 영원한 결과를 낳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다리에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다. 또는 젊은이들에게 무모하게 술을 마시면 타인을 읽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리게 된다고 가르칠 수 있다. 낯선 이를 파악하기 위한 단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단서들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p399) 이 모든 사고의 배후(샌드라 사건)에는 우리 대다수가 공유하는, 그리고 우리 가운데 극소수만이 애써 재고해본 가정이 도사리고 있다.

 

(p400)

렌프로: 블랜드가 그런 과정을 비꼬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도 있었다고 보는 게 온당할까요?
엔시니아: 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요.

아 그러니까 블랜드의 실수였다, 이 말인가? 분명 블랜드는 그의 어조를 잘못 해석했다. 만약 당신이 낯선 사람에 대해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관념, 그리고 그 관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구축하는 제도와 실천을 알지 못한다면, 당신에게 남는 것이라곤 개인적인 것뿐이다.

 

(p401)

낯선 이와 이야기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만약 낯선 이와의 대화가 틀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그 낯선 이를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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