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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Stories

꼰대와 빵

by 노엄Jr. 2020. 9. 10.

최근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에 느슨해진 것 같다. 매일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기는 하지만 나는 이것을 '게으른 정리'라 부른다. 글로써 표현하는 것만큼 눈에 보이는 아웃풋을 확인할 수 없고, 리뷰할 수 있는 아웃풋이 없으면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써 표현해 놓아도 그 내용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과거에 무슨 생각을 정리해두었었는지 쉽게 리뷰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꼰대에 관한 책을 한권 훑어봤다. 책 내용 중 꼰대의 4가지 특징들을 나열한 부분이 있는데(chomskychannel.tistory.com/26),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는 이 것이다.

 

꼰대는 상황 파악 능력, 즉 센스가 부족하다.
자신이 한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마음이 없다시피한다.

 

저자는 상황 파악 능력, 센스가 문제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꼈다. 꼰대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훨씬 더 간단하다. 

 

그들은 본인의 말과 행동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

 

그들은 인생에서 타인이 본인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 경험을 한 적이 매우 드물다. 그들은 말을 듣는 위치에서의 경험은 풍부해도, 말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은 드믈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자신감과 자존감의 저하로 이어진다. 존경의 욕구과 사회적 욕구는 안전의 욕구나 생리적 욕구보다는 상위에 있는 개념이지만, 그 어떠한 상위 욕구라도 할지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결핍되어 불안을 일으킨다. 

 

꼰대가 말을 한 경험이 드믈것이라고? 그 반대가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결핍이야말로 강력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과거의 모습에 집중해야지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좀 머리가 좋은 꼰대에게 물어보라. 그들이 그들의 자존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은 그들의 자존감이 절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으로 그들은 그들의 말과 행동을 누군가가 수용해줄 것이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누군가가 수용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병적으로 타인을 상처 입힐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반복한다. 그들은 본인의 말 따위에 상처입는 인간따윈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그런일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이 본인의 말따위에 상처 받는 너무 나약하고도 자신감 없는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들보다 나약한 사람을 수용할 여유가 없다. 그들의 마음속에선 아마도 그들이 '가장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약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이 본인의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어차피 본인은 타인에게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남에게 삿대질을 하며 가르치려고 하는 그들의 강력한 모습은 실제로는 그들의 나약함이 만든 모습이다. 그들은 주변 사람이 다 떠나갈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한다. 단지 본인은 원래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다 등의 추상적인 합리화를 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자신의 사고와 말, 행동을 제삼자의 눈으로 보는 '메타인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메타인지는, 타인이 아닌 '본인'이 성장하여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조금 더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자아실현의 욕구이며 최상위 욕구에 속한다. 사회적 욕구를 포함한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을 하라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 단위에서부터 힘든 일이다.

 

그리하여 다음 패턴이 완성된다.

 

꼰대질 -> 타인을 불쾌하게 만듦 -> 존경받지 못함 -> 더 심한 꼰대질 -> 더 타인을 불쾌하게 만듦 -> 더 존경받지 못함 -> 무한반복

 

꼰대는 갈수록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을 많이 목격하였을 것이다. 불운하게도 꼰대는 존경받기 힘들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권력과 지위에 목매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과 지위를 얻어 본인의 말과 행동에 막대한 영향력이 생겨도,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성공한 꼰대들은 더욱 큰 권력과 지위를 원한다.

 

결과적으로는 꼰대를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존경해주는 것만이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은 똑같이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꼰대를 이해하려면 본인은 꼰대를 존중하지만 꼰대가 나를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일방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상호존중을 원하는 70%의 사람들('정의를 원하는 사람들'/인지심리학 통계)에게 이와 같은 일방적인 관계는 용납하기 힘들다.

 

 


 

존중을 빵에 비유하고 가정의 상황을 세 가지 케이스로 나눠보자. 첫 번째 가정에서는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자란 아이는 부모로부터 빵을 많이 받는다. 빵을 한 개 두 개 나눠준다고 해서 빵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빵이 무한대는 아니다. 언젠가는 고갈된다. 아무리 마더 테레사와 같은 '성인'이라 할지라도 빵을 계속 나눠주다 보면 빵은 고갈된다. 

 

하나님은 없다.
- 마더 테레사

*신앙이란, 우리가 사는 어딘가에 빵을 무한대로 주는 자비로운 존재가 있을 것이라 믿는 것으로, 본인에게 빵을 나눠주기 위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으로 나는 인지하고 있다.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도 내밀어라 등 빵을 바라지 않고 빵을 나눠주라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두 번째 케이스로 부모와 거의 교류가 없는 상황, 즉 무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이다. 이 아이는 빵을 갖고 있지 않다. 이 아이에게서 빵을 빼앗으려고 하면 반항할 것이고, 빵을 주면 기쁘게 받을 것이다.

 

세 번째 케이스로는 부모가 아이의 자신감을 빼앗는, 즉 꼰대인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부모는 갓 태어난 아이의 빵마저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아이는 빵이 뭔지도 모른다. 상처투성이로 자란 아이는 타인의 빵을 빼앗기 위해 항상 혈안이 되어 행동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에게서 빵을 빼앗으려 한다면 그들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들의 정신 속에서는 빵을 빼앗고 빼앗기는 것이 습관화되어 '당연한 것'으로 정착되어있다.

 

물론 수많은 상황을 딱 세 가지 케이스로만 분류할 수는 없다. 빵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은 부모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 선생님, 친척, 친구들 등 주변의 모든 사람이 아이에게 빵을 줄 가능성이 있고 빼앗을 가능성도 있다.

 


꼰대에게 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첫 번째 케이스에서 자란 아이가 아닌 이상 힘들 것이다. 실제로 꼰대는 70%의 두번째 케이스 사람들에게는 미움받지만, 첫번째 케이스의 사람들에게서부터 빵을 공급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꼰대들 만큼은 아니겠지만 두번째 케이스의 사람들도 첫번째 케이스의 사람들에게 빵을 공급받는다. 빵이 없는 자는 배가 고프다.

 

 굳이 임시적 해결책을 제시하라면 꼰대의 입장에서는,

 

1. 타인이 나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이상 말하지 않는다.
2. 타인이 나의 의견을 물어보아도 물어본 것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라는 개념을 습관화시켜 습관적으로 빵을 빼앗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1. 꼰대를 자신보다 존중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으로 생각하여 동정심을 만든다.
2. 꼰대에게 자신이 왜 기분이 나쁜지 확실하게 전달하여 꼰대의 말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알게 한다. 

 

라는 개념을 습관화시켜 억지로 빵을 만들거나 꼰대의 메타인지를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여 빵을 아주아주 많이 가진 아이들을 아주아주 많이 키워내는 것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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