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오감, 즉 감각(S)을 통해 정보를 인지한다. 하지만 직관형들은 이러한 감각적인 정보 인지에 쏟아붓는 에너지와 시간이 감각형들보다 적고, 곧바로 다름 정보를 인지하기 위해 초점을 이동시킨다.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자면 '대충 본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충 보는 대신 많이 보려 한다. 이러한 패턴은 여러 가지 정보에 관심을 갖는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한 가지 정보에 집중을 못한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한 가지 장난감을 오랫동안 가지고 놀지 못하고 금세 질려버리고 새로운 장난감을 찾는 성향도 직관(N)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성인이라면 독서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도 금세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이 과도하다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그 성질이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Christel Petitcollin/프랑스 심리치료사)이 말한 PESM증후군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
그렇다면 직관형들은 왜 그렇게도 감각(S)을 제한적으로 쓰는가?
이 부분은 어린아이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린아이는 항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며, 모든 것을 흡수하려고 한다. 어린아이는 미래를 위해 학습한다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받아들인 정보 중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남기고 또 새로운 정보를 흡수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태어나서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던 어린아이에게도 일상의 지루함이 찾아온다. 집안의 장난감들은 이미 경험한 것들이고, 마치 천국과 같았던 동네 구멍가게마저 이미 경험한 것들로 채워져 간다. 이렇게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그 부분을 내가 이미 경험하였지만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것,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메운다. 어린아이가 처음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편식을 하게 되는 원리와 같다.
여기서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신경과학의 지식을 빌려오자면,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지 않다. 아기의 뇌는 수많은 시냅스 연결을 만들지만, 만들어지는 시냅스 연결의 수는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들고, 이미 좋다고 판단된 기존의 시냅스 연결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것을 꺼리게 되고 기존의 알던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수많은 시냅스 연결 중에 특정 시냅스 연결을 '좋은 것'으로 판단하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선택하여 기억으로 남긴다. 이러한 판단을 위해 사용하는 능력이 융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직관(N)이다. 직관은 빠르고 무의식적인 사고능력 및 판단 기능이다. 하지만 MBTI에서는 직관을 판단 기능으로 분류하지 않고,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T나 F기능만을 '판단 기능'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MBTI에 행동 경제학을 대입해 보면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인식 기능 - 시스템 1 | 판단 기능 - 시스템 2 |
직관기능 (N) | 사고기능 (T) |
감각기능 (S) | 감정기능 (F) |
직관은 두 갈래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외향직관(Ne)이며 또 하나는 내향직관(Ni)이다. 이해하기 쉽게 편식을 예로 들어보자.
외향직관(Ne)의 경우 편식의 이유가 '더 맛있는 것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더 맛있는 것이 어딘가에 있는데, 굳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맛없는 것을 먹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더 나은 가능성을 모색하는 식으로 맛없는 음식들의 시냅스 연결을 줄여나감과 동시에 새로운 연결을 시도한다. 맛있는 것과 맛있는 것을 연결시켜서 '더 맛있는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을 연결시킬 수도, 때로는 맛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금가루)을 연결시킬 수도 있다. 연결의 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외향 직관은 더 맛있는 것, 더 편리한 것, 더 보기 좋은 것 등등 '더 나은 것'을 끊임없이 찾아 기존의 '덜 좋은 것'을 추구하는 시냅스를 '더 새롭고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강화시키려고 한다.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것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 외향직관(Ne) -
반대로 내향직관(Ni)의 경우 편식의 이유가 '맛없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내 눈앞에 있는 이 음식을 먹으면 내가 부정적인 경험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굳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새로운 것을 모두 먹어보고 판단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너무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내향 직관은 어떤 음식이 맛없는지 판단하기 위해 인지하는 음식들의 패턴을 인식하려 한다.
빨갛다 ⇒ 맵다
초록색이다 ⇒ 맛없다
'김치'라는 이름이 달렸다 ⇒ 맛없다
빨갛고 매운 음식에 부정적인 경험을 몇 번 반복한 아이는 토마토소스를 먹어보지도 않고 거부할 수 있다. '김치'라는 이름의 음식에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한 아이는 볶음 김치나 김치볶음밥 등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거부할 수 있다. 대상의 색상, 모양, 명칭 등 어떠한 것을 기준으로 위험한 것과 아닌 것을 분류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분류'할 것이다. 내향 직관은 미국 사람을 '매너가 좋은 사람'으로 분류하고, 중국 사람을 '매너가 나쁜 사람'으로 분류할 것이다. 그리고 리스크 관리 측면으로, 미국 사람에게는 호의적인 태도를, 중국 사람에게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위험은 언제 어디에 존재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분류는 멈추지 않는다.
더 나은 것을 찾는 외향직관과는 반대로, 내향 직관의 본질은 부정적인 것을 걸러내는 것에 있다. '나쁜 것'을 끊임없이 찾아 기존의 '덜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는 시냅스를 더 효율적인 것으로 강화하려고 한다.
섣불리 경험하려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 내향직관(Ni) -
인간이라면 위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MBTI에서 이야기하는 직관 유형이란 무엇인가? MBTI는 선호하는 경향을 판단하는 테스트이다. 따라서 직관 유형이란 무의식적인 가능성 추구(Ne)나 무의식적인 리스크 관리(Ni)를 다른 기능들보다 더 많이 사용했으며, 이러한 패턴이 더 자연스럽고, 이를 '선호'하는 유형이다.
직관 기능의 사용 및 발달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융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향이 있고, 이것을 유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유의 성향은 환경을 통해 다듬어져 나간다.
유전적 요인
어떤 이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외부 자극에 둔감하며, 어떤이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 뇌과학은 이러한 차이점을 기준으로 외향형과 내향형을 분류한다. 그리고 이것은 성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내향형은 편도체(공포, 불안을 담당)의 활동성이 높고 도파민 수용체가 적으며, 뇌 혈류량이 높은 경향이 있다. 큰 자극은 뇌의 처리용량을 뛰어넘어 과활성화로 이어지며, 과활성화된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내뿜으며 자극을 줄이라고 지시한다. 따라서 약간의 자극에도 내향형들의 뇌는 쉽게 집중하고 활성화되며, 이것이 이들로 하여금 큰 자극을 기피하게 만든다.
외향형인 사람은 편도체의 활동성이 낮고 도파민 수용체가 많으며, 뇌 혈류량이 낮다. 어지간한 자극에는 뇌가 집중하지 못하고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뇌가 필요로 하는 마땅한 자극을 주지 못할 경우 뇌는 저활성화되며, 저활성화된 뇌는 이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따라서 너무 작은 자극은 외향형들에게 엄청난 따분함으로 다가오며, 이것이 그들이 항상 큰 자극을 찾는 이유이다.
MBTI에서는 외/내향을 자극의 필요성이 아닌, 사회적인 상황이랑 연관 지어서 구분하는데, 이는 뇌과학에서의 구분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타인의 반응을 수용하는, 즉 관심을 받는 행위는 도파민을 발생시키는데, 이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하나의 큰 사회적인 자극이다. 하지만 MBTI에서는 자극의 필요성이 아니라 자극을 받는 것이 얼마나 편안한 것에 따라 선호를 분류하기에, 본연의 외향성이 억눌리는 환경 속에서 자란 신경성 내향성을 걸러내지 못한다. 자극이 많이 필요한 외향성이 무관심 속에서 자란다면, 타 외향형들보다 사회적 자극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내향은 필요한 자극의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내지만, 여기서의 자극이 꼭 사회적 자극일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외향형은 사회적 자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다른 곳에서 자극을 많이 받는 외향형은 사회적 자극을 굳이 나서서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외향형은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필요로 하고 선호할 뿐이다.
MBTI에서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기능을 외부 기능이라고 한다. 인식 기능의 두 가지, 판단기능의 두가지 모두 외/내부 기능으로 나뉜다. 이중 외부 기능은 외향직관(Ne), 외향감각(Se), 외향사고(Te), 외향감정(Fe)이 있다. 외향형은 이 넷 중 한 가지만 많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많이 사용하지 못한다. 오히려 내향기능을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며 에너지의 밸런스를 맞춘다.
따라서 외향형도 직관을 내부로 사용하며, 본능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는 유형이 존재한다. ENTJ, ENFJ가 이에 속한다. 하지만 이 둘의 경우 Ne의 가능성 추구를 행동화시킨 개념의 Te/Fe를 주기능으로 사용함으로, 무의식적인 가능성 추구가 그림자(무의식) 기능으로 밀려났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가능성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유형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매우 행동적이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유형으로 보이나, 분류나 편견을 통해 리스크를 사전에 회피하는 내향직관적 성향을 보인다.
유전적 요인은 외/내향을 분류하고, 이러한 분류가 직관을 외향으로 사용할 것인지 내향으로 사용할 것인지 확실하게 구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외향직관을 주기능으로 사용하는 ENTP, ENFP가 외향직관을 부기능으로 사용하는 INTP, INFP보다 외향직관이 외부로 표현되는 비중이 많고, INTP와 INFP의 경우 성숙할수록 내향사고(Ti)나 내향감정(Fi)의 의식적인 분류(판단) 작업을 거쳐서 외향직관이 표현됨으로, 상당히 절제된 모습을 보인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모습을 얼핏 봐서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가능성을 추구하는 외향직관(Ne)은 외향형 고유의 것으로 보이지만, ENTJ와 ENFJ의 경우 이러한 모습이 내면에 억압되어있고, INTP나 INFP의 경우 내면에 의식적으로 감추어진 형태로 외부로 모습이 자주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판단의 큰 기준이 되는 것으로 작용한다.
환경적 요인
직관기능(N)을 많이 사용하게 유도하는 환경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외부 자극, 즉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이면 된다. 인지되는 정보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것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분류해야 한다. 따라서 정보가 많은 환경에서는 직관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며, 과도한 정보량은 곧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한 가지 정보에 머물게 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게 된다. 이를 인지심리학에서는 인지적 과부하(cognitive overload)라고 하며, 이것이 직관 유형들이 감각을 제한적으로 쓰는 이유이다.
과거 인간 사회는 정보가 매우 제한되어있었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산업 혁명으로 인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인터넷을 통해 급격하게 정보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인간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또한 이동기술의 발달로 인해 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과거와는 달리,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폭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많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를 통해 접하는 정보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MBTI 유형 분포 데이터의 기간별 통계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직관 유형의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한 사람의 인간이 접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회에는 직관 유형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하기 쉬워지면, 정보의 효율적 분류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 더욱 중요해지고, 그렇게 엄선된 중요한 정보들을 취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행동을 우선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잘 분류하고 취합한 후 명석하게 행동해야만 자신의 욕구를 충만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고민하지 않고 행동하는 행동력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에 앞서 행동의 방향을 잡는 것의 중요성이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인지적 자원(cognitive resource)'은 아마도 직관기능(Ne/Ni)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인간의 인지 과정 (Cognitive Process)
인간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일 때 오감(감각/S)을 가장 먼저 사용한다. 그러고 나서 받아들인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판단(직관/N)한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충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두엽이 발달한 인간은 여기서부터 '의식'적인 사고를 한다. 자신의 충동을 시간을 들여 검토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여기서 의식적인 사고는 또 사고기능(T)과 감정기능(F)이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인간의 인지 과정 1 - 충동 (시스템 1) | |
오감을 통한 정보 인식 (S) Se - 많은 대상의 대략적인 정보를 입수 Si - 국한된 대상의 세부적인 정보를 입수 |
|
무의식적인 판단 (NT) Ne+T -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해 인지 Ni+T - 나쁜 것을 배제하기 위해 인지 |
무의식적인 판단 (NF) Ne+F - 유리한 사회적 위치를 조성하기 위해 인지 Ni+F - 불리한 사회적 위치를 배제하기 위해 인지 |
인간의 인지 과정 2 - 의식 (시스템 2) | |
의식적인 판단 (T) Te -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해 행동 Ti - 나쁜 것을 배제하기 위해 행동 |
의식적인 판단 (F) Fe - 유리한 사회적 위치를 조성하기 위해 행동 Fi - 불리한 사회적 위치를 배제하기 위해 행동 |
시스템 1의 부분은 직관(N)보다 감각(S)이 순차적으로는 우선시 되지만, 시스템 1의 순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받아들임과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스템 1의 속도는 빠르고, 멀티태스킹 또한 가능하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비중이지 순서가 아니다. 직관 유형이 대상을 인지하는 데 있어 직관을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직관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 2의 사고(T)와 감정(F) 또한 순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시스템 2는 느리고,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더 비중을 두는 쪽을 우선시하고 먼저 사용하게 된다. 즉 비중이 순서를 결정하므로, 순서보다 비중이 더 중요하다. 사고유형은 사고기능을 더 많이, 더 먼저 사용할 것이고, 감정유형은 감정기능을 더 많이, 더 먼저 사용할 것이다.
인간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느낌을 받으면 그것을 해석하려고 하고, 이를 합리화(rationalize)하려고 한다. 느낌을 먼저 받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논리를 '이미 좋다/나쁘다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느낌을 받은 후 합리화를 진행 중인 상태의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 그는 자신의 느낌이 정당화될 수 있는 논리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실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논리를 제시하여도 이유 없이 거부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대방의 그러한 느낌을 정당하다고 인정해주고, 실재적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상황은 충분히 역전될 수 있다.
여기서의 핵심은 그 느낌이 정당한지 아닌지는 그 누구에게도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느낌'은 비논리적인 '믿음'이라는 것을 통해 나오는 것이며, 자신의 믿음을 파헤치고 이해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자기 수용이 필요하다. 이 믿음은 신념이라고도 하며 가치관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 믿음을 조직할 때 사용하는 무의식적인 판단 기능이 곧 내향 직관(Ni)이다. 즉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된 그 '느낌'이 곧 내향 직관(Ni)이라고 할 수 있다.
내향 직관(Ni)의 판단기준은 경험에 의해 축적된 데이터이다. 여기서 경험이란 심리학에서 '점화 효과(priming effect)'라 불리는 것에 가깝다. 뱀에 물린 경험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실제로 뱀에 물린 경험은 한번일지라도, 이러한 기억을 30번 떠올린다면 같은 경험을 30번 '점화'하였으므로, 한 번의 경험이 마치 30번 경험한 것과 같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는 실재적 경험이 없더라도 가능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매너가 없는 중국인을 30번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은 필연적으로 모든 중국인은 매너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다. 만약 31번째 사람이 매너가 좋다 하더라 30명 중의 한 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매너가 없는 중국인을 직접적으로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이러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통해 '중국인이 매너가 없었던 사례'를 30번 듣는다면, 마치 본인이 직접 매너가 없는 중국인을 30번 만난 것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의 경험도 나의 경험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 모든 사회적 동물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회성의 띄며,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굳이 타인이 알려준 '위험할지도 모르는 경험'을 선택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내향 직관(Ni)은 자신의 경험, 타인이 알려준 경험, 그리고 자신이 회상하여 재경험한 경험을 토대로 판단 기준을 만들어나가고, 이러한 과정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에, 의식 밖으로 끌어올려 관찰하기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무의식(Ni)의 판단을 의식(Ti)으로 분석하는 것에는 많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대상에게 그 사람의 가정환경이 어떨 거라는 둥, 그 사람의 성장 과정이 어떨거라는 둥의 근거 없는 이유를 제시한다. 자신이 기분이 상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태도보다도, 본인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무의식적인 판단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내면의 판단을 자기 자신이 들여다보고, 자신의 직관을 제어하고 단련시키는 일종의 '수련'은 과거에서부터 역사가 길다. 요가의 명상이나 불교의 참선에서 비롯된 마음챙김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때부터 현대까지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메타인지까지, 자신의 인지 과정을 관찰, 발견, 제어, 판단하기 위한 이론은 인류와 함께 꾸준하게 발전되어 왔다. 운 좋게 높은 직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자신의 능력을 불신하거나 제대로 파악하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주의력결핍 환자로 치부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뛰어난 직관 능력을 믿고, 자신의 인지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용한다면, 이 세상을 주도하는 천재적인 혁신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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